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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ggart


사실은 좀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부정하지는 않는다. 자신의 키는 처음 입학했을 때와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분하긴 하지만 오히려 안정감을 주었다. 변화는 늘 불안한 것이며 새로운 것을 겪는 것에 대한 모든 책임은 언제나 무거운 것이었기 때문이다. 어린 자신의, 그런 자신의 생각, 마음, 의견, 바람을 성장을 하면서 잊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은 나아가는 것을 주저하게하였다. 나를 이루는 것은 내 마음을 잡고 있는 것은 사라지면 안 되는, 나라는 존재를 유지하게끔하는 것이었기에 그것에 매달렸다. 맥 글리슨, 교수님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자신의 모습이 비추는 옷장은 나를 바라보고 가장 원초적인 무언가를 끌어내는 힘이 있었다. 치즈의 보가트가 자신이었다는 말을 듣고는 속으로 웃었다, 하지만 표정만은 상처받은 양 울상을 지었다. 주변에는 상냥한 친구들이 있었으며 그들은 나를 걱정해주었기에 구태여 해명을 하진 않았다. 나는 언제나 피해자로서 있어야 했기에 그를 기만하고, 주변이들을 기만하였다. 온전한 나를 향한 걱정은 늘상 달콤하였다. 아주 못된 짓을 하는 상상 속 주인공인 자신의 형이 아닌 나를 향할 때 그는 비로소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되뇌었다. 지팡이를 들어, 맥. 손 안에 느껴지는 나무의 질감은 체온으로 인하여 약간 따스해진 정도였지만 특유의 서늘함은 여전하였다. 옷장을 바라보았다. 나를 바라본 것이다. 늘어진 머리카락도, 더러워진 눈동자도 그 어떤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더욱 그를 미워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무서워하는 것, 두려워하는 것. 그건 뭘까, 이 불안함의 원인인 걸까, 궁금함이었다. 순수한 물음이었다. 당장 스스로가 무엇을 무서워하는 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덜컹, 흔들리는 옷장의 거울에 맺힌 자신또한 움직였다. 그 표정을 좀 더 자세히 보고 싶어 미간에 힘을 주었다. 가늘어진 눈동자는 좀 더 또렷한 무언가를 볼 수 있게끔 하였지만 튀어나온 어떠한 것에 의하여 그것을 이어갈 수는 없었다. 그것은 자신의 어머니였다. 그리고 아버지였으며, 형이었다. 빠르게 모습을 바꾸어갔지만 맥은 그것을 똑똑히 보았다. 나오는 웃음은 냉소였다. 그래, 사실은 알고 있었어요. 변화는 늘 두려운 것이다. 하지만 나 자신은 그 변화의 중심에 있었으며 언젠간 감당해야만 하는 것이었다. 나 자신이 원하는 것에대한 가족들의 반응, 그것이 가장 무서운 것이었다. 아직 오지않은 현실을 상상하고, 그 상상 속에 나오는 이들은 자신이 가장 꺼려하는 반응을 보이니 가족 그 자체가 두려워지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어머니를 향한 자신의 마음은 사랑이지만 그 둘마저 나왔으니 이것이 사랑이 아니거나, 사실 자신은 그 둘 또한 사랑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으니 일그러지는 표정을 숨길 수가 없었다. 주문이 뭐라고 했더라리디큘러스. 나를 바라보는 교수님의 눈과 소리 없는 입모양이 그렇게 말해주었다. 손에 들린 지팡이의 끝은 그를, 그녀를, 그들을 향하였다. 말을 해야지 맥. 상냥한 목소리는 어머니의 것이다. 하하, 그 웃음은 아버지의 것이었다. 도와줄까? 그 질문을 끝으로 터져나온 주문은 그들을 아주 우스운 모습으로 만들었다.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일단 웃자, 그리고 말을 하자. 이제부터 자신은 가정의 불화를 겪고 있는 피해자가 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도록 말을 할 것이며, 몰아갈 것이고, 동정을 받을 것이다. 동정은 적어도 아직까진 최고의 방어였다. 나를 불쌍하게 생각하고, 나를 괴롭히는 그를 미워해줬으면 좋겠어. 그래야 나는 온전한 나로서 존재할 수 있을테니까. 입 안에 맴도는 쓴 맛은 슬펐다. 나 자신이 어떤 식으로 변할지,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궁금함은 유쾌함을 지워갔으며 오로지 지독한 적막감만을 주었다. 마치 처음 옷장에 비추어진 자신을 볼 때처럼, 내 자신이 낯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