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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ithmetic

보이는 것은 여러 선과 숫자였다.



그 아래 적힌 것은 로마수였다. Ⅰ, Ⅱ , Ⅲ 등등. 나열이 된 숫자는 그 수를 헤아리는 것에 있어서 도움을 주었지만 그것을 보는 맥의 반응은 영 시큰둥하였다. 언젠가 자신의 아버지가 알려준 아라비아 숫자, 1 , 2, 3.. 등등이 지금 자신이 보고 있는 것보다 더욱 빠른 이해와 정확한 계산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톡톡, 그래프가 그려진 양피지를 두드리는 펜촉에서 새어나온 잉크는 여백을 채워갔다. 지루함을 달래기 위한 소소한 손장난이었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 알려주는 것에 괴리감은 따분하였다. 그리고 생각하였다. 만일 자신이 오백 ( )이 아닌 오천을 가지고 계산식에 넣고 싶다면 그 것에 대한 식은 어떻게 될 것인가 이다. 흘러가는 시간과는 별개로 아직 빈 곳은 어떠한 것으로도 채워지지 않고 있었다. 














...



ⅩⅩ


ⅩⅩⅩ


ⅩL


L


LⅩ


LⅩⅩ


LⅩⅩⅩ


ⅩC


C


D


M


...


풀어야 할 양피지는 뒤로 한 채 교수님께는 보이지 않을 여분의 것을 꺼내어 끄적거린 것을 눈으로 훑어보았다. 그리고 그 옆에다 다시 무언가를 쓰기 시작하였다.



Ⅰ 1

 

Ⅱ 2


Ⅲ 3


Ⅳ 4


Ⅴ5


Ⅵ 6


Ⅶ 7


Ⅷ 8


Ⅸ 9


Ⅹ 10


...



ⅩⅩ 20


ⅩⅩⅩ 30


ⅩL 40


L 50


LⅩ 60


LⅩⅩ 70


LⅩⅩⅩ 80


ⅩC 90


C 100


D 500


M 1000


...



오천이라는 수를 표기할 수 있는 기호는 없으며, 써내릴 수 있는 가장 큰 수는 MMMCMXCIX, 구천 구백 구십 구 밖에 없었다. 반면 머글들이 사용하는 수는 원한다면 무한대까지 그 수를 만들어낼 수가 있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자신의 낙서를 내려다보는 맥은 눈은 절로 가늘어졌으며, 다시금 펜촉으로 양피지를 두드렸다. 형편없는 걸. 마법 사회의 수와 머글 사회의 수, 두가지의 것을 아는 맥에게는 호그와트에서 이루어지는 계산식은 무척이나 한정적이라고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으며 그로인한 따분함을 어찌할 방법이 없었기에 그 무엇도 적지 않았다. 빈 양피지를 보는 것과 어깨를 으쓱이는 것. 잔소리를 듣는다고 한다면 어쩔 수 없지, 하는 가벼운 마음을 가질 뿐이었다. 그리고 생각하였다. 수라는 것을 활용해야만 하는 때가 온다면 기꺼이 머글들과 같은 수를 사용하겠다고. 수와 수의 연산을 통해 미래를 예측하는 것인데 그 수에서 한계가 있는 상태에서의 예측이 무슨 소용이 있겠냐는, 다소 맹랑한 생각은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