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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itaserum

용의 피, 붉은 난초, 에럼펀트의 뿔가루, 자버크놀의 깃털.



어떠한 색도, 향도 나지 않는 그것은 무척이나 매력적이었다. 진실을 말하게 하는 물약이라는 것을 색으로, 향으로 알려주는 것만 같았다. 맥이 흥미를 느끼는 부분은, 숨기는 것을 뱉어내는 효력을 가졌다는 점이다. 교수님의 설명도, 책에 적인 내용도 전부 읽어보았지만 이는 완벽하게 답을 하는 이가 자신이 말을 할 것에 대해 알고 있다는 전제하에만 쓸모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맥은 머리 속으로 공상 (물론 다른 이들이 본다면 딴 짓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일 것이며, 이는 사실이었다)을 하였다. 만일 A라는 사람이 B라는 사람에게 상자를 받았다고 한다면 이는 상황적인 사실이다. C라는 사람이 A에게 베리타세룸을 먹여, B에 받은 것이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A는 상자라고 솔직하게 말을 할 것이다. 물론 오만가지를 전부 붙여서 말하게끔 하는 탓에 상자를 받았다, 라는 결론이 나오기 까진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이는 사실이다. 적어도 A에게 만큼은 진실이었다. 하지만 그 상자 안에 사과가 들어있다면? B는 자신이 A에게 준 것이 사과라는 것을 알지만 아직 안에 무엇이 든지 모르는 A는 그저 상자를 받았다고 생각하고, 털어놓을 것이다. 이는 모순이다. 이것이 맥이 생각하는 베리타세룸의 한계였다. 하지만 그 사람이 숨기는 것을 듣는 것 자체가 충분히 흥미를 끌고, 감히 욕심이 나게끔 하였으니, 그저 보는 것만으로 끝난 수업에 진한 아쉬움을 느끼기엔 충분하였다. 용의 피, 붉은 난초. 에럼펀트의 뿔가루, 자버크놀의 깃털. 재료만 알고 있다고 해서 만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이 마법약 자체도 마법부에서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아주 엄격한 기준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것도 들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가, 공상을 끝낸 맥은 기숙사로 돌아갈 준비를 하며, 아직은 가질 수 없는 게 당연한 약이 담긴 병을 바라보았다. 원래 어느정도 어려워야, 더욱 의지가 생기고, 그 의지로는 이루어 내지 못할 것이 없는 것을 맥은 알고 있다. 그것이 재밌어 보이기 시작한 지금, 아마 자신은 위대한 여행을 떠나기 전까진 그것을 한 번이라도 손에 넣고, 사용할 것이라는 근거도 없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